우리가 흔히 말하는 KBS 수신료는 정확하게 말하면 TV 수신료라고 불러야 한다. 현재 TV 수신료는 2500원으로 매월 납부하는 전기요금에 합산해서 납부하게 되어 있다. 1981년도에 책정된 2500원은 현실적으로 매우 작은 액수이다. 독일보다 12배, 영국에 비해서는 9.1배, 일본에 대비해서는 7배 정도 적다. 수신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지만, 직접적인 인상은 쉽지 않았다. TV 수신료는 단순하게 시청료라고 보기 보다는 TV 시청 여부와 상관없이 TV 수상기를 소지한 자라면 납부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을 갖는다고 헌법재판소가 밝히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세금이라는 것.
요즘 수신료 인상 논란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KBS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개선안에 기초해서 수신료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현재의 수신료를 4600원으로 올리고 일부 광고를 폐지하는 안과, 수신료를 5200원으로 올리고, 프라임 타임대 광고까지 폐지하는 안, 마지막으로 수신료를 6500원으로 올리고 아예 광고를 폐지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 KBS 이사회에서는 여당 추천 이사들이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고, 야당 추천 이사들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최시중 “수신료 인상하면 7천억 규모 광고시장 생겨나”
KBS 이사회가 수신료를 심의의결하게 되면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 지난 1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수신료를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인상할 것이며, 수신료 인상으로 형성되는 7천억에서 8천억 규모의 광고가 민간시장으로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 오고 이는 미디어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이 조중동 등 거대 보수신문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종합편성채널 진출에 광고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을 비롯한 전국의 5백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네티즌들은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현재와 같은 수신료 인상 추진에는 반대 하고 있다. 그 이유들을 살펴보자.
“정권홍보방송하는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
우선은 KBS가 지나치게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한겨레>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태통령 정권 집권 3년차 KBS 뉴스9의 대통령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이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논조가 27.7%로 늘어났으며, 비판적인 논조는 단 2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KBS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정권의 치적을 부각하는데 앞장섰으며,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 미화 멘트들을 쏟아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련기사 보기 ,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10314)
“조중동 퍼주기 위한 수신료 인상”
두 번째는 KBS수신료 인상으로 조중동 종편에 광고시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을 통해 광고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조중동 종편을 위한 수신료 인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도록 하는 언론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게 되면서 조중동의 종편 진출은 가능해졌다. 문제는 종편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필요한 광고시장이다. 현재 채널이 더 생겨난다고 해서 광고시장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조중동 종편을 위한 광고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 역할부터 제대로 찾아야”
셋째, KBS의 정치적 독립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연주 사장이 해임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병순 사장과 현재의 김인규 사장이 임명되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측근이 사장으로 있으면서 정권홍보방송을 하고 있기에 공영방송이 아니라 관영방송이라는 지적이 제기 되고 있다.
KBS는 단순히 뉴스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대통령 미화와 정권 홍보에 치중한 것이 아니다. 시사투나잇, 미디어 포커스 등 시사프로그램들을 전격적으로 폐지했으며, 권력에 비판적인 제작진들을 한직으로 내몰거나 징계했으며, 김제동씨와 윤도현씨 등 방송인들을 쫒아내고,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김미화씨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앞뒤가리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정부 여당 인사들이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정부여당에 불리한 의제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KBS 새노조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를 되살리겠다고 파업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 작용했다. KBS구성원들도 더 이상 부끄러워서 방송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국민적 합의 없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신료 인상 절차와 인상 폭의 문제다. 지난 6월 여론조사 결과KBS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반대 여론이 80.2%가 넘었다.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는 국민적 합의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6500원으로 인상하면 무려 160%를 인상하게 되는 것이다.
수신료를 현실화 할 필요성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즉 KBS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시키고, 공영방송이 아닌 관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는 현 상황에서 폭탄인상에 가까운 160%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